삼계는 끝없는 하나의 감옥,
생령生靈을 재갈 물리고 사슬 씌워 혹독한 고통을 받게 하니,
본래면목이 오래도록 잠기고 묻혀서,
아지랑이는 고삐 없이 제멋대로 뛰놀도다.
욕심의 불길은 공덕의 숲을 모두 태우고,
흐르는 물결은 무명의 언덕으로 기울어져 들어가니,
어지럽고 어지러운 만류萬類는 그릇 가운데 모기라,
웅웅거리며 우는 소리 어지럽게 잠겼다가 다시 들려온다.
일찍이 천상 제왕의 뜰 가운데 노닐다가,
또한 염라대왕의 가마 속으로 들어가 삶기니,
돌고 돌다가 다시 포태胞胎로 들어가게 되는지라,
비린내 누린내 서로 엉겨서 거품덩이를 이루었다.
한 보따리 고름과 피로 잠시 붙들어 지니고,
두어 줄기 백골로 임시 버티고 있으니,
칠정七情은 치달림에 돌아올 줄을 모르고,
육적六賊이 선봉을 다투나 어느 누가 주인이 될까.
봄바람은 옛 시절의 물결을 고치지 않기에,
예와 다름없이 탐내고 성냄이 이리와 호랑이 같도다.
머리를 고치고 얼굴을 바꾸어 기관機關을 희롱하며,
기운을 참고 소리를 머금어 괴로움을 받도다.
귀하고 천하고 현명하고 어리석은 나와 더불어 남,
옳고 그르고 영예롭고 수치스러움이 지금도 예전과 같도다.
금가마귀와 옥토끼가 스스로 허공을 갈아 가니,
눈 내린 귀밑머리와 붉은 얼굴이 모두 흙이 되었다.
내 슬퍼하나니 깜빡 사이에 한 번 어쩌다 늦어서,
파도 따라 물결 쫓아 헛되이 흐르고 굴렀네.
옛 성인과 앞선 현인들을 추모하여 생각해 보건대,
소매를 가리고 사람으로 하여금 홀로 부끄러워 붉어지게 하도다.
지금이라도 주인옹을 붙잡아 안주시키면,
삶과 죽음의 마군이가 오더라도 나에게 무슨 관계가 될까.
예전의 잔재주를 베풀어 바치지 말고,
오늘의 삶이나 모름지기 스스로 힘쓸지어다.
시비의 굴속으로 머리를 돌이키지 말고,
명예와 이익의 문 앞에선 더 높은 곳에 눈을 둘지어다.
다만 자기에게서 허물을 찾을지언정,
어찌 시류時流와 더불어 즐겨 장단을 비교하겠는가.
한 가닥 신령스런 광채가 곧장 서쪽으로 비추면,
만 가지의 세속 일을 마음대로 펴고 쥘 것이다.
달팽이 뿔 위에서 헛된 이름을 도적질 말고,
홀로 금대金臺를 향하여 높은 선발選拔에 참예하라.
병들고 죽는 것은 나고 늙는 것과 더불어 내버려두고,
다만 이 한 차례에 과감히 힘써 볼 지어다.
수행은 오직 그 끝에 어려움이 있으니,
척량골脊梁骨을 곧추세울 뿐 놓아서 쓰러뜨리지 말지어다.
정반성定盤星을 그릇되게 인식하지 않도록 하고,
자기 옷 가운데 보배를 굳게 지켜라.
원컨대 온 세계의 원수와 친한 이가 더불어,
다 함께 흰 소를 멍에하고 곧은 길에 다니기를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