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주림(法苑珠林) 100권 중 제 51~60권
법원주림 제 51 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53. 선우편(善友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이치가 마지막 돌아가는 곳은 오직 선과 악이니, 이 두 길을 돌아보면 조목조목 분별하기 쉬운 것이다. 그윽하기로는 죄복(罪福)과 고락(苦樂)이 있고 드러나기로는 현우(賢愚)와 영욕(榮辱)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고 치욕을 미워하며 즐거움으로 나아가고 괴로움을 등지는 것은 모든 함식(含識)의 공통된 성질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영화를 사랑하면서 현선(賢善)을 사모할 줄 모르고 복을 구하면서 화를 피할 줄 모르는 것은, 마치 논에 피를 심고서 가을에 순수한 벼를 거두려 하며, 절룩거리는 느린 말을 타고서 아주 멀리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나니, 이 또한 미혹이 아니겠는가? 저 새나 짐승이나 벌레나 뱀 등의 지혜는 그래도 바람을 의지하고 안개를 빌며 빠름에 의탁하고 높음에 붙음으로써 그 일을 이룰 줄 알거늘, 하물며 사람으로서 그 벗에 의탁함이 없이 그 선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의탁하는 바가 선한 벗이면 몸을 보전하고 덕을 이루겠지만, 그 친하는 바가 어리석은 사람이면 몸이 수척해지고 이름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묘한 법칙의 마루는 높은 사범(師範)에서 나오고 갈고 닦는 뜻의 일은 내 벗에 있는 것이다. 또 소의 피를 빠는 등에는 기껏 날아야 1백 보(步)이지만, 그것도 만일 난새[鸞]의 꼬리에 붙으면 한 번 높이 날아 만리를 가나니, 이것이 어찌 그 날개의 묘함이 빠름에 의탁함이 아니겠는가? 또한 범부의 약한 마음과 함께 하면 기껏 나아가야 인간과 천상을 넘지 못하지만, 만일 큰 성인이 위엄에 의지하면 10지(地)까지 높이 오르고 정역(淨域)에 함께 가 날 것이다.
(2) 인증부(引證部)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아난 비구가 말하였다. '범행(梵行)을 반만 이루어도 그를 선지식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다. 범행을 원만히 갖추어야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또 말씀하셨다. '선지식이란 법대로 말하고 말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법대로 말하고 말대로 실행함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스스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지 않으며 나아가 스스로도 정견(政見)을 실행하고 남을 시켜서도 정견을 실행하게 하는 것이니, 만일 이렇게 할 수 있으면 그를 선지식이라 할 수 있느니라. 또 스스로도 보리를 닦고 남을 시켜서도 보리를 닦아 행하게 하면 이런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또 스스로도 믿음· 계율·보시·많이 들음·지혜 등을 수행하고 또한 남을 시켜서도 이것들을 수행하게 하면 또 이런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선지식이라 하는 까닭은 선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법이란 이른바 그의 하는 일이 스스로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요 항상 중생들을 위해 즐거움을 구하며, 남의 허물을 보더라도 그의 단점을 나무라지 않으며, 입으로 항상 순수하고 선한 일만 말하나니, 이런 뜻으로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저 하늘의 달이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차츰 불어 가는 것처럼, 선지식도 또한 이와 같이 모든 학인(學人)들로 하여금 점점 악법을 멀리 하고 선법을 늘리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누구나 선지식을 가까이하면 장차 선정·지혜·해탈·해탈지견 등을 가지게 될 것이요, 아직 원만히 가지지 못한 이는 차츰 그것을 늘리게 될 것이다.'
또 말씀하셨다. '선우(善友)는 어떤 사람에게 탐욕· 분노·우치·사각(思覺) 중에서 어느 것이 치우치게 많은 가를 관찰해야 한다. 그리하여 만일 그가 탐욕이 많은 사람이면 그를 위해 부정관법(不淨灌法)을 설명해 주고, 분노가 많은 사람이면 그에게는 자비를 설명하며, 사각이 많은 사람이면 그에게는 수식관(數息觀)을 행하게 하고, 아(我)에 많이 집착하는 사람이면 그에게는 18계(界) 등을 낱낱이 분석해 들려 주라. 그는 이 설명을 듣고는 차례로 수행하되 먼저 4념처(念處)를 얻어 신(身)·수(受)·심(心)·법(法)을 관(觀)할 것이요, 이 관을 얻은 뒤에는 다음으로 또 12인연을 관할 것이며 이 관을 얻은 뒤에는 다시 난법(暖法)을 얻을 것이요, 이 난법을 얻은 뒤에는 차츰 아라한·벽지불의 과(果)까지 얻을 것이요, 보살의 대승과 불과(佛果) 등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의심이나 막힘이 없어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되 우유에 물을 보태지 않나니, 이것을 참 선지식의 법사의 자리라 한다. 이것을 갖추지 못하면 선지식이 아니니, 물을 보태는 법은 받을 것이 아니니라.' "
그러므로 『불성론(佛性論)』에 경전의 다음 게송을 인용한 것이다.
앎도 없고 좋은 분별[識]도 없는 나쁜 벗은 올바른 행을 해친다.
마치 저 거미가 우유 속에 떨어지면 그 우유가 독약으로 변함과 같다.
그러므로 요체는 참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먼저 자신을 잘 조복(調伏)한 뒤에 남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적게 들은 허물이 없고 행이 타락하는 허물이 없으며 마음이 산란한 허물이 없고 남을 업신여기는 허물이 없으며 착각하는 허물이 없고 탐내서 구하는 허물이 없으며 성내는 허물이 없고 삿된 행의 허물이 없으며 나에 집착하는 허물이 없고 조그만 행의 허물이 없는 등 이런 10법을 갖추면 그를 선지식이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장엄론(莊嚴論)』에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들음이 많고 4제(諦)의 법을 보고 묘하게 설명하고 또 가엾이 여기며
중도에 타락하지 않는 이가 대장부이니 저 보살은 훌륭한 의지할 곳이다.
또 『불본행경(佛本行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난타 장로와 함께 향을 파는 어떤 상점에 가시어 그 상점 위에 있는 향 갑을 보시고는 난타 장로에게 말씀하셨다. '난타야, 그대는 저 상점 위의 향 갑을 집어 보아라.'
난타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그 상점 위의 향 갑을 집어 들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누각(漏刻)이 한 번 옮기는 동안에 그 향 갑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땅에 놓아라.'
난타는 부처님 말씀대로 1각(刻) 동안에 그 향 갑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땅에 놓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또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네 손의 냄새를 맡아보아라.' 난타는 곧 부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제 손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네가 네 손의 냄새를 맡을 때 거기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난타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제 손의 향냄새는 미묘하기 무량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이와 같이 만일 누구나 선지식을 친하면 항상 함께 있으면서 그를 따르고 본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친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는 큰 명성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 일로 인해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누가 손으로 침수향(沈水香)이나
곽향(藿香)이나 또 사향(麝香) 등을 잡으면
잠깐 사이에 잡은 그 향기 스스로 물드나니
선지식을 친함도 또한 이러하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또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사람이 악지식(惡知識)을 친하면
현세에서 좋은 이름 얻지 못하며
반드시 악지식을 친함으로써
오는 세상에도 아비지옥에 떨어지리.
만일 누구나 선지식(善知識)을 친하여
저들이 짓는 그 업행(業行)을 따르면
비록 현재 이익은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에는 반드시 고통 종자 없애리라.
또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하였다. "친우(親友)란, 반드시 7법을 갖추어야 비로소 친우가 될 수 있다. 첫째는 그를 위해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하고, 둘째는 그를 위해 주기 어려운 것을 능히 주며, 셋째는 참기 어려움을 능히 참고, 넷째는 비밀한 일을 서로 알려주며, 다섯째는 그 허물을 서로 감추어 주고, 여섯째는 고통을 당해도 버리지 않으며, 일곱째는 빈천해도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7법을 능히 행하는 사람은 참으로 친우이니 그를 가까이 해야 하느니라."
또 『장엄론』에서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읊으셨다.
아무 병 없음이 제일의 이익이요 만족함을 아는 것이 제일의 부자이며
착한 법이 제일의 친한 이요 열반이 제일의 즐거움이다.
또 『가라월육향배경(迦羅越六向拜經)』에서 말하였다. "선지식에는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겉으로는 원수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그 정이 두터우며, 둘째는 사람들 앞에서는 바로 충고하면서 다른 데서는 그의 선(善)을 말하며, 셋째는 병이 있거나 관청의 송사가 있을 때는 그 근심을 풀어 주고, 넷째는 빈천한 사람을 볼 때는 그를 그대로 버리지 않고 항상 그를 부자로 만들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선지식에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관리에게 붙잡히려 할 때 그를 숨겨 두었다가 뒤에 해결해 주고, 둘째는 병으로 쇠약해진 사람이 있으면 그를 데리고 가서 간호해 주며, 셋째는 친구가 죽었을 때는 그를 관(棺)에 염하고 돌보아 주며, 넷째는 친구가 죽고 나면 다시 그 집을 걱정해 주는 것이다."
또 『생경(生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헤아릴 수 없는 아주 먼 옛날, 다른 나라의 어떤 네 사람이 매우 친하게 지내면서 한 곳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이 사슴을 잡아 가지고 성내로 들어오려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의논했다. (우리가 저 사냥꾼에게 가서 무슨 계교를 부리던지 누가 사슴고기를 많이 얻어 오는가 보자.)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갔다. 먼저 첫째 사람이 거칠고 거만스럽게 말했다. (어이, 사내야, 그 고기 좀 다오. 나 그것이 먹고 싶구나.)
둘째 사람이 말했다. (형, 그 고기를 이 아우에게 좀 먹여 주십시오.)
셋째 사람이 말했다. (반가운 어진 이여, 그 고기를 좀 주십시오. 나는 그것이 먹고 싶습니다.)
넷째 사람이 말했다. (아아, 아주 친한 벗님, 그 고기를 조금 떼어 주실 수 없습니? 나는 그것이 못내 먹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모두 주리고 있었다. 사냥꾼은 이들의 말을 다 생각하고 그 말을 따라 각각 게송으로 말하되 먼저 첫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그대 말씨는 매우 거칠다. 그런데 어떻게 고기를 주겠는가.
그 말은 사람을 찌르는 듯 하나니 그러므로 우선 이 뿔을 주리.
둘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이 사람은 착하다 할 수 있어 나를 일컬어 형이라 부르도다.
그 말은 마치 4지(肢)와 같나니 이 앞발을 그대에게 주리라.
다음으로 셋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반갑다며 공손히 달라 하면서 마음속에 자비를 품고 있어서
그 말은 마치 뱃속과 같나니 그러므로 곧 이 내장을 주리.
다음으로 넷째 사람에게 답하였다.
나를 아주 친한 벗님이라 하여 그 몸은 꼭 같은 연분 만났네.
이 말은 참으로 마음에 드나니 그러므로 이 고기를 모두 다 주리.
이렇게 사냥꾼은 저들의 마음의 표현인 말의 거칠고 고움을 따라 각각 사슴 몸뚱이를 나누어주었다. 이 때 하늘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 그 남자들의 그 말씨에서 부드러움은 모두 그 몸으로 돌아갔네.
그러므로 부디 거친 말 말라. 손해와 이익 그 몸을 안 떠나네.'
그 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그 거친 말을 쓴 사람은 저 소흔 석자(所欣釋子)요, 그 둘째 사람은 저 발타화리(陀和梨)이며, 그 셋째 사람은 저 흑우타(黑優陀)요, 그 넷째 사람은 저 아난(阿難)이며, 게송을 외운 그 하늘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 때에 모두 만났는데 지금도 이렇게 모두 모였느니라.' "
또 『불본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소불다라(蘇弗多羅)[수(隋)나라 말로 선자(善子)이다.]라는 까마귀왕[烏王]이 바라내성에서 8만 4천 까마귀들과 함께 화합하여 살고 있었다. 그 왕후 소불질리(蘇弗窒利)[수나라 말로 선녀(善女)이다.]는 왕과 교합해 임신했다. 그 때 그 왕후가 갑자기 생각하였다. (나도 사람의 왕이 먹는 깨끗하고 향기로운 그 음식을 한번 먹어 보고 싶구나. 그러나 그녀는 그 음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리에 누워 고민하여 몸이 수척해지고 또 떨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선자 까마귀왕은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자리에 누워 몸은 수척해지고 또 떨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가?)
그녀가 대답하였다. (성자(聖子)님, 저는 지금 임신 중이며 사람의 왕이 먹는 것과 같은 깨끗하고 향기로운 음식을 한번 먹어 보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자왕이 말하였다. (이상하오 현자(賢者)여, 지금 내 처지로서 어디 가서 그런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얻어 올 수 있겠소. 사람의 왕궁은 깊숙하여 들어갈 수 없소. 들어갔다가는 반드시 그들 손에 내 목숨을 잃을 것이오.)
선녀가 말하였다. (성자님, 만일 그런 음식을 얻지 못하면 나는 틀림없이 죽고 또 뱃속에 있는 아이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선자왕은 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이상하오, 현자여. 당신은 반드시 죽을 날이 닥친 것 같소. 그러기에 그런 얻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는 것이오.)
선자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슬픔과 우울에 잠겨 있다가 다시 생각했다. (내 생각으로는 사람의 왕이 먹는 것 같은 그런 향기롭고 깨끗한 음식은 참으로 얻기 어렵다.)
그 때 까마귀왕이 거느리는 군중 속에 있던 어떤 까마귀가 선자왕이 우수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선자왕에게 말하였다. (이상합니다 성자님, 무엇 때문에 그런 근심스러운 사려(思慮)에 잠겨 계십니까?)
까마귀왕이 전후의 사정을 다 이야기하자 그 까마귀는 선자왕에게 말하였다. (성자님, 염려 마십시오. 나는 대왕을 위해, 저 얻기 어려운 사람의 왕이 먹는 것 같은 그런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구해 오겠습니다.)
이 때 까마귀왕은 그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장하다, 좋은 벗이여, 네가 능히 나를 위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그 은혜를 갚으리라.)
그래서 그 까마귀는 까마귀왕이 있는 곳에서 허공으로 날아 올라 범덕왕의 궁전으로 갔다. 부엌에서 멀지 않은 한 나무 위에 앉아 범덕왕의 찬장 안을 바라보았다. 그 왕의 음식을 요리하는 여자가 왕의 음식을 모두 준비한 뒤에, 때가 가까워 오자 은으로만 만든 그릇에 그 음식을 다 담고 왕에게 바치려고 들고 갔다. 그 때 까마귀는 나무에서 날아 내려 여자의 머리 위에 앉아 그녀의 코를 쪼았다. 그녀는 갑자기 코를 쪼여 그만 음식 그릇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 때 까마귀는 얼른 그 음식을 가지고 와서 까마귀왕에게 바쳤고, 까마귀왕은 다시 그것을 부인에게 주었다. 그녀는 곧 그 음식을 한껏 먹고 몸이 안온하여 아이를 낳았다. 그 뒤로 까마귀는 날마다 거기 가서 음식을 빼앗아 와서 까마귀왕에게 바쳤다. 그래서 범덕왕은 이런 일을 자꾸 당하자 혼자 생각했다. (참으로 기이하고 괴상하다. 왜 저 까마귀는 자꾸 와서 내 음식을 더럽히고, 그 부리와 발톱으로 우리 여자를 해치는가?)
왕은 그 일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곧 그물 사냥꾼을 불러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저 까마귀를 산 채로 잡아오너라.)
사냥꾼이 말하였다. (분부대로 하옵고 감히 명령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사냥꾼들은 곧 가서 그물로 그 까마귀를 잡아 와서 범덕왕에게 바쳤다. 범덕왕은 그 새를 보고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자꾸 와서 내 음식을 더럽히고 부리로 내 여자를 쪼느냐?)
그러자 까마귀는 범덕왕에게 말하였다. (예, 대왕이시여, 제 말을 들으십시오. 그렇게 한 일은 대왕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왕은 기뻐하며 생각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어떻게 이 새는 사람 말을 잘하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반드시 나를 기쁘게 하려고 그 이유를 다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하여 까마귀는 범덕왕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이여, 아시오, 이 바라내성에 어떤 까마귀의 왕이 살고 있었네.
8만 4천 까마귀가 늘 호위하고 모두 다 그 왕의 처분대로 하였네.
까마귀왕의 부인이 바라는 것 있어 나는 까마귀왕에게 그 사연을 물었네.
그녀가 바라는 것 좋은 음식으로서 그것은 대왕의 음식 같은 것이네.
그래서 나는 자꾸 여기까지 와 대왕의 맛난 음식 약탈하였네.
그러다가 대왕께 잡혔나니 이것은 다 저 까마귀왕을 위함이었네.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대왕이시여, 자비로 가엾이 여겨 나를 놓아주시오.
나는 저 까마귀왕의 아내 때문에 자주 와서 대왕 음식 약탈하였네.
나는 생각하나니 지금껏 일생 동안 아직 한 번도 이런 일 한 적 없네.
대왕의 분부를 지금 받자왔거니 이 뒤로는 감히 다시 이런 일 안 하리다.
범덕왕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그것은 참으로 희귀한 일이다. 사람도 너와 같이 그 주인을 위해 그런 애중(愛重)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범덕왕은 다음 게송을 외웠다.
만약 이와 같은 대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응당 중한 녹(祿)을 주어야 하리.
모름지기 이와 같은 용맹스런 까마귀처럼
그 주인을 위해 음식을 구하되 신명 아끼지 말라.
왕은 이 게송을 외우고 이어 까마귀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착하다. 너 까마귀야, 너는 지금부터 이 뒤로는 언제든지 여기 와서 향기롭고 맛난 내 음식을 가지고 가거라. 만일 누가 너를 제지하면서 음식을 주지 않거든 곧 내게 와서 말하여라. 나는 내 몫을 나누어 너에게 줄 것이니, 그것을 가지고 가거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라. 그 때의 그 까마귀의 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 그 주인을 위해 음식을 훔친 까마귀는 바로 저 우타이(우타이) 비구이며 그 때의 그 범덕왕은 지금의 내 부왕 수두단왕이시다. 그 때 저 우타이 비구는 저 왕을 기쁘게 하고 나를 위해 음식을 가지고 왔더니, 지금도 그러하여 정반왕(수두단왕)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또 나를 위해 음식을 가져 왔느니라.
게송을 읊는다.
목욕의 덕으로 몸이 깨끗하고 단련의 힘으로 마음이 단단하다.
얼음은 봄에 풀리고 난초는 가을에 시든다.
슬기로운 사람은 밝음 이루고 어리석은 사람은 결박 늘린다.
나를 데리고 보배 연못에 올라가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원한다.' "
54. 악우편(惡友篇)[여기에는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1) 술의부(述意部)
생각하면 곧 성인이 교화를 드리워 중생들의 마음을 포섭할 때, 선과 악의 2문(門)으로 그 종극(宗極)을 삼으신다. 선한 무리는 위로 올라가고 악의 저울은 밑으로 처진다. 이것은 실로 업혹(業或)이 아직 다 없어지지 않아 3계(界)에 갇히어 있고 정진(情塵)이 가라앉지 못해 5소(燒)에 가리워 있으며, 8도(倒)의 침륜(沈淪)에 막히어 있고 4생(生)의 밧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특한 스승을 따르고 나쁜 벗을 친하면, 번뇌의 미혹을 거두지 못해 떳떳한 행을 어지럽게 함으로써, 마음의 말은 달리기 쉽고 감정의 원숭이는 제어하기 어려워 어쩌다 복을 닦고 선을 생각하지만, 드문 일이라 스스로 들림이 없으며 죄와 허물만 지어 그것은 날로 늘어만 간다. 이로 말미암아 윤회하는 생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큰 성인께서 가엾이 여기시는 것이니 어찌 마음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2) 인증부(引證部)
『시가라월육향배경(尸迦羅越六向拜經)』에서 말하였다.
"악지식(惡知識)에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속으로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겉으로는 억지로 친한 벗이 되며, 둘째는 남 앞에서는 좋게 말하면서 뒤로는 남에게 나쁘게 말하며, 셋째는 급한 일이 있을 때 남 앞에서는 걱정하고 괴로워하나 등뒤로는 기뻐하며, 넷째는 겉으로는 아주 친한 체하면서 속으로는 미워하고 모함하는 것이다.
악지식에 또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조금만 제 뜻을 거슬려도 곧 와락 성을 내고, 둘째는 무슨 심부름을 시켜도 들으려 하지 않으며, 셋째는 남의 급한 일을 볼 때는 곧 그것을 피해 달아나고, 넷째는 남이 죽었을 때에도 그것을 버려 두고 보살피지 않는 것이다."
또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보살마하살은 악상(惡象)과 악지식을 꼭 같이 본다. 왜냐 하면 그것들은 모두 몸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살마하살은 악상 등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지만, 악지식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낸다. 왜냐 하면 저 악상 등은 오직 내 몸만을 파괴할 뿐이요, 마음은 파괴할 수 없지만 악지식은 몸과 마음을 다 파괴하기 때문이다. 저 악상들은 한 몸만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무량한 선(善)한 몸과 선한 마음을 파괴한다. 저 악상 등은 더러운 냄새나는 몸만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깨끗한 몸과 깨끗한 마음을 다 파괴한다. 저 악상 등은 육신을 파괴하지만 악지식은 법신을 파괴한다. 악상에게 죽으면 3악도(惡道)에는 가지 않으나 악지식에게 죽으면 반드시 3악도에 간다. 악상은 다만 몸만의 원수가 되지만 악지식은 선법의 원수가 된다. 그러므로 보살은 항상 악지식을 멀리 해야 하느니라."
또 『증일아함경』에서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부디 악지식을 가까이하지 말고 우치한 일을 따르지도 말라.
그리고 선지식을 가까이 하라. 그는 사람 중의 제일이니라.
저 악지식을 가까이하는 만큼 더 나쁜 일은 세상에 없다.
뒤에는 반드시 악의 뿌리를 심어 영원히 어둠 속을 헤매리.
또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의 원수 되는 법이 있어서 원수를 만들게 되느니라. 첫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얼굴이 좋지 않게 하려는 것이니, 비록 그가 목욕하고 좋은 향을 몸에 발랐더라도, 그 얼굴이 좋기 때문에 분노가 마음을 덮어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가 그 침대와 베개를 비단으로 덮었기 때문에 질투와 고민을 버리지 못하고 분노가 마음을 덮어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이익을 얻어야 할 때인데도 이익을 얻지 못하고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될 때인데도 이익을 얻으면 이 두 법은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분노가 마음을 덮어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넷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좋은 벗을 두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만일 친한 벗이 그를 버리고 딴 데로 가버리면 분노가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좋은 명예를 가지지 못하게 하려고 그의 악한 이름과 추한 소문을 4방에 퍼뜨리면, 그 분노가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여섯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큰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그 부자가 혹 재물을 잃으면 그의 분노가 마음을 덮기 때문에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일곱째는 그 원수로 하여금 목숨을 마친 뒤에 좋은 곳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 그가 3업의 악행을 지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 지옥에 나서 원수를 만드는 것이다.' "
또 『불본행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억한다. 먼 옛날에 저 설산(雪山) 밑에, 머리는 둘인데 몸이 하나인 새가 살고 있었다. 한 머리의 이름은 가루다(迦樓茶)요 또 한 머리의 이름은 우파가루다(憂波迦樓茶)였다. 그런데 이 새는 한 머리가 자면 한 머리는 깨어 있었다. 어느 때 우파가 자고 있는데, 깨어 있는 가루다 곁 가까이에 마두가(驀迦)라는 과일나무 꽃이 떨어져 바람에 날려 가루다에게로 왔다. 그 때 가루다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꽃을 혼자 먹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두 머리는 다 같이 고운 빛과 힘을 얻고 기갈을 면할 것이다.)
그래서 깨어난 가루다는 자는 우파를 깨우지 않고 또 알리지도 않고 혼자서 다 먹어 버렸다. 잠들었던 우파가 깨어났을 때 배가 불러 트림이 나왔다. 그래서 가루다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그런 향기롭고 만난 음식을 얻어먹고 내 몸을 편하고 배부르게 하며 내 음성을 아름답게 하는가?)
가루다가 답하였다. (네가 잘 때 내 머리 가까이에 있는 마두가라는 과일나무에서 마침 그 꽃이 내 머리맡에 떨어졌다. 나는 나 혼자 이 꽃을 먹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다 같이 고운 빛과 힘을 얻고 모두 기갈을 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때 너를 깨우지 않고 또 알리지도 않고 혼자 먹었던 것이다.)
우파는 이 말을 듣고는 화가 나고 원통한 마음이 생겨서 가만히 생각했다. (저는 그것을 먹으면서 내게 알리지도 않고 나를 불러 깨우지도 않고 혼자 먹었다. 만일 그렇다면 나도 지금부터 내가 얻는 음식을 먹을 때는 알리지도 않고 깨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두 머리는 어느 때 길을 가다가 한 송이 독화(毒華)를 보고 우파는 곧 생각했다. (내가 이 꽃을 먹으면 두 머리가 동시에 다 죽게 되리라.)
그리하여 가루다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자거라. 나는 깨어 있으리라.)
가루다는 이 말을 듣고 곧 잠이 들고, 우파는 그 독화를 먹었다. 가루다는 깨어나 트림을 하다가 곧 독기를 깨닫고 우파에게 말했다. (너는 아까 깨어 있으면서 어떤 나쁜 것을 먹었기에 내 몸이 편치 못해 곧 죽을 것 같으며, 또 내 말을 껄끄럽게 하여 소리를 내어도 자꾸 막히는가?)
우파가 말하였다. (네가 잘 때 나는 독화를 먹으면서 두 머리가 다 죽기를 원했었다.)
이리하여 가루다는 우파에게 말하였다. (너의 하는 일은 어찌 그리 급하냐, 왜 이런 나쁜 일을 저질렀느냐?)
그리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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