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제 1~10권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제1권
반랄밀제(般剌蜜帝) 한역
현성주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室羅筏城)의 기원정사(祇桓精舍)에서 1,250명의 뛰어난 비구(比丘)들과 함께 계셨다. 이 비구들은 모두 번뇌가 없는 대아라한(大阿羅漢)이자 불자(佛子)로서, 불법(佛法)을 지키고 살면서 온갖 세계[諸有]의 속박을 벗어나, 태어나는 국토마다 위의(威儀)를 성취할 수 있으니, 부처님을 따라 법륜(法輪)을 굴리면서 유촉(遺囑)을 감당할 만하였다. 또 이 비구들은 계행[毘尼]이 매우 청정[嚴淨]하여 널리 삼계(三界)의 모범이 되고, 한량없는 응신(應身)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며 미래의 중생도 건져내어 온갖 번뇌의 얽힘에서 벗어나게 할 이들이다.
이 가운데 지혜가 뛰어난 사리불(舍利弗)과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과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와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와 수보리(須菩提)와 우바니사타(優波尼沙陀) 등은 이들의 상수(上首)들이다.
또 한량없는 벽지불(辟支佛)과 무학(無學)과 초심자(初心者)들도 다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마침 비구들이 여름의 안거수행(安居修行)을 마치고 그간의 잘못을 서로 고백하여 참회하는 날[自恣]이므로, 시방의 보살들도 마음속의 의심을 물어서 결단하기 위하여 자혜롭고 엄한 부처님을 공손히 받들어 심오한 뜻[密義]을 듣고자 하였다.
즉시 여래께서 자리를 펴시고 편히 앉으셔서, 모든 법회 대중을 위하여 심오한 법을 설하시니, 법석(法席)의 청정대중[淸衆]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법을 얻었으며, 가릉빈가(迦陵頻伽)처럼 맑고 고운 음성이 시방세계에 널리 퍼지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들이 이 도량으로 모여들었는데, 이들의 상수(上首)는 문수사리(文殊師利)이다.
이 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부왕(父王)의 제삿날에 공양을 차리고, 부처님을 궁궐내정[宮掖]으로 초청해서 몸소 영접하는 한편, 겸하여 맛이 뛰어난 음식[珍羞]을 더 많이 마련하여 여러 훌륭한 보살들도 친히 맞아들였다.
동시(同時)에 성안의 장자(長者)와 거사(居士)들도 스님들의 공양을 준비해 놓고 부처님께서 참석해 주시기를 원했다. 부처님께서는 문수(文殊)에게 보살과 아라한들을 나눠 거느리고 가서 시주(施主; 齋主)의 청에 응하도록 분부하셨다.
오직 아난(阿難)만은 미리 별도의 청을 받고 멀리 가서 미처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의 차례에 참여할 겨를이 없었으며, 이미 동행하는 상좌(上座)와 아사리(阿闍黎)도 없이 혼자 돌아오는 길인데, 그날따라 공양하려는 이도 없었다.
아난(阿難)은 지나온 성으로 가서 차례로 공양을 얻기 위해 발우[應器]를 들고 가면서 마음속에 "처음으로 스님들께 공양해 본 적이 없는 단월[最後檀越]을 찾아서 공양주[齋主]를 삼으리라" 생각하고, 깨끗한 귀족 찰제리(刹帝利)나 더러운 전타라(旃陀羅)를 묻지 않고 모범으로 평등한 사랑을 행하려고 하였다. 이렇게 미천한 신분을 가리지 않으려는 것은, 일체중생에게 한량없는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시키려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이다.
또 아난은 여래께서 수보리(須菩提)와 대가섭(大迦葉)에게 '아라한(阿羅漢)이 되고서도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책망한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활짝 열어 가리지 않는 행으로 모든 의심과 비방을 벗어나신 여래를 우러러 존경하며, 저 성 둘레의 못을 거쳐 성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공양법[齋法]에 걸맞게 매우 엄숙한 위의(威儀)를 갖췄다.
이 때 아난은 걸식(乞食)하다가 환술(幻術)을 잘 부리는 마등가녀(冕伽녀)를 만났다. 마등가는 사비가라(娑毗迦羅)의 선범천주(先梵天呪)로 아난을 음실(婬室)로 끌어들여 음탕한 몸으로 만지고 비비면서 아난의 계체(戒體)를 망치려고 하였다.
여래께서는 아난이 음욕의 마술[術]에 잡힌 줄 아시고 공양을 마치자마자 바로 기원정사(祇垣精舍)로 돌아오시니, 바사닉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들도 다 부처님을 따라와서, 법문의 요의[法要]를 듣고자 하였다.
바로 이 때 세존께서는 정수리로 온갖 보배의 두려움 없는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에서는 천 잎의 보배 연꽃이 나왔으며, 연꽃 위에 가부좌(跏趺坐)하신 화신 부처님께서 신비한 주문을 외우셨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그 주문을 가지고 가서 아난을 구해 오도록 분부하셨다. 문수보살은 그 주문으로 나쁜 주문을 소멸시키고, 아난과 마등가(冕伽)를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아난(阿難)이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슬피 울면서, 시작 없는 옛적부터 한결같이 불법을 많이 들어 알기만 하고 도의 힘이 완전하지 못함을 한탄하며, 시방 여래께서 보리(菩提)를 성취하신 묘한 사마타(奢摩他)와 삼마(三摩)와 선나(禪那)의 최초방편(最初方便)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러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들과 시방에서 온 여러 훌륭한 아라한(阿羅漢)들과 벽지불(辟支佛)들도 모두 기쁘게 듣기를 원하며, 말없이 물러앉아 거룩한 가르침[聖旨]을 받들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나는 사촌간이지만 정리로는 형제나 다름이 없다. 당초에 발심(發心)했을 때 나의 법 가운데 어떤 훌륭한 모습을 보았기에, 세상의 깊고 소중한 은혜와 애정을 버렸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의 더없이 미묘하고 훌륭한 32상(相)의 형체에서 유리(琉璃)처럼 사무치는 영롱한 빛을 보고, 저는 언제나 '이 모양은 애욕의 기운으로 생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애욕의 기운은 추하고 탁하여, 비린내와 누린내가 서로 어울리고 고름과 피가 어지럽게 섞였으니, 이렇게 황금덩어리처럼 훌륭하고 맑고 묘하고 밝은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 감동하여 간절히 우러러 존경하면서 부처님을 따라 머리를 깎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었다. 아난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일체중생이 시작 없는 아득한 옛적부터 생사를 계속하는 것은 다 상주신심(常住眞心)의 성품이 맑고 밝은 본체를 알지 못하고, 온갖 허망한 생각을 제 마음으로 잘못 아는 탓이며, 이 생각이 진실하지 못한 까닭에 생사에서 윤회하느니라. 네가 이제 더없이 높은 보리[無上菩提]의 진실하게 열린 밝은 성품을 연마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내가 묻는 말에 곧은 마음으로 대답하여라. 시방 여래께서도 동일한 길을 따라 생사를 벗어나셨는데, 모두 곧은 마음으로 행하셨느니라. 마음과 말씀이 곧으신 까닭에 이와 같이 지위(地位)의 시작에서 최종에 이를 때까지 그 중간에 조금도 구부러진 모양이 없으셨느니라.
"아난아. 내가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네가 답하기를 여래의 32상을 보고 출가할 마음을 내었다고 하였으니, 무엇으로 보았으며 무엇으로 좋아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좋아한 것은 저의 마음과 눈입니다. 눈으로 여래의 거룩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저는 발심하여 생사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진실로 좋아한 동기가 마음과 눈에 있다고 말했으니, 만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번뇌[塵勞]를 항복시킬 수 없느니라. 마치 적의 침략을 당한 국왕이 군대를 일으켜 적을 토벌하려면 적군의 소재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너를 생사에 흘러 다니게 한 것은 마음과 눈의 잘못이니,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마음과 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세간의 열 가지 중생[十種異生]은 누구나 똑같이 그 분별하는 마음[識心]은 몸 안에 있고, 눈은 얼굴에 있습니다. 비록 푸른 연꽃과 같은 부처님의 눈을 보아도 부처님의 얼굴에 있으시며, 이제 제 눈[浮根四塵]을 보아도 제 얼굴에 있을 뿐이니, 이렇게 아는 마음[識心]은 몸속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현재 여래의 강당(講堂)에 앉아 있으니, 기타림(祇陀林)을 보라. 지금 기타림은 어디에 있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이 큰 중각(重閣)의 청정한 강당은 급고원(給孤園)에 있으며, 기타림(祇陀林)은 강당 밖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지금 강당 안에서 먼저 무엇을 보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강당 안에서 먼저 여래를 보고, 그 다음에 대중을 보고, 이와 같이 밖을 보아야만 비로소 기타림(祇陀林)과 급고원(給孤園)을 보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기타림과 급고원을 본다고 했으니, 어떻게 보았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이 큰 강당의 문과 창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저는 강당 안에 있으면서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대중(大衆) 가운데 황금색의 팔을 펴시고 아난의 정수리를 만지시면서 아난과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삼마제(三摩提)가 있으니 대불정수릉엄왕(大佛頂首楞嚴王)이라고 이름한다. 온갖 행이 원만하게 갖춰져 있어서, 시방 여래께서 한 문으로 뛰어나신 묘하게 장엄된 길이니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아난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엎드려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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