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
1. 개요
2권. K-765(19-755). T-184(3-461). 후한(後漢) 시대(A.D. 197) 번역. [역] 강맹상(康孟詳), 축대력(竺大力). [별] 수행본기경(宿行本起經).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및 불설태자서응본기경(佛說太子瑞應本起經)과 마찬가지로 부처의 전기인데, 부처의 과거 인연으로부터 성도하기까지를 설하고 있다. 부처의 여러 전기 중에 중본기경이 있는데, 수행본기경이 성도(成道) 이전의 전기를 설함에 대하여, 중본기경은 성도 이후의 행적을 설하고 있다. 두 불전의 끝 부분과 시작 부분은 잘 연결되고 있어서 마치 자매 경전인 것처럼 보인다.
본 불전은 모두 다섯 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 현변품(現變品) :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이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 석씨(釋氏) 정사의 니구다(尼拘陀)나무 아래 1,250명의 비구들과 함께 있었다. 이때 부처님은 몸으로부터 32상(相) 80종 호(好)의 광명을 놓아 3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이때 일체의 성중(聖衆)이 모두 의심하자, 부처님은 곧 여러 비구들에게 고했다. 내가 옛날 무구광(無垢光)이라는 브라만의 아들이었을 때, 정광불(錠光佛)을 따라 수행하여 현겁(賢劫)의 시기에 작불(作佛)하리라는 수기를 받고, 오래도록 생사를 거듭하면서 6바라밀 등을 수행하여 일생보처(一生補處)의 보살로 도솔천에 태어났다.
제2 보살강신품(菩薩降身品) : 보살은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와 백정왕(白淨王)의 왕비인 마야(摩耶) 부인의 모태로 들어가고, 그로부터 10달이 지난 4월 8일에 나무 아래에서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스스로 땅에 떨어져 태어났다. 그는 홀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손을 들고 "천상과 천하에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고 말하였다. 태자가 태어날 때 32종의 서응(瑞應)이 나타났다. 향산(香山)의 도사 아이(阿夷)는 태자에게 32상 80종 호가 있음을 보고 장래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라고 하였다. 왕은 4시전(時殿)을 세우고 태자를 양육하였으나 태자는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제3 시예품(試藝品) : 태자의 나이 17세가 되니 그 재주와 무예(武藝)가 뛰어났는데, 선각(善覺) 장자의 딸 구이( 夷)를 태자비로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이에 조달(調達)과 난다(難陀) 등이 무예를 겨루었으나 태자가 승리하였다. 태자에게는 그 밖에도 중칭미(衆稱味)와 상락의(常樂意)라는 두 부인과 많은 기녀들이 있었으나 욕락(欲樂)을 생각하지 않았다.
제4 유관품(遊觀品) : 이에 왕은 태자에게 유관(遊觀)을 권하였고, 태자 역시 그에 따라 차례로 동 남 서, 문으로 나갔는데, 수다회천(首陀會天)이 화작(化作)한 노인과 병자와 죽은 사람을 보고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는 다시 북문으로 나갔는데 그곳에서 다시 화작한 사문을 보고는 마침내 출가하리라고 결심하게 되었다.
제5 출가품(出家品) : 태자의 나이가 19세가 되던 해 4월 7일 밤, 그는 마침내 성을 넘어 출가하였다. 태자는 마갈국(摩竭國)에 도착하여 병사왕(甁沙王)에게 도를 설하였다. 그는 이어서 6년 동안 고행한 후 보리수 아래에서 마군에게 항복받아 성도하고, 이어서 두 명의 상인을 제도하여 3귀의를 주었다. 생각하니 옛날 정광불이 나에게 수기를 준 후, 큰 서원을 세우고 6바라밀로부터 37품(品)을 봉행하고, 일체의 진리를 수행함에 게으르지 않고, 인고(忍苦)가 무량하였으나 그 공덕이 무너지지 않아, 큰 서원의 과보를 성취하였던 것이다. 부처님이 이렇게 경을 설해 마치자, 일체의 대중들은 기뻐하면서 부처님에게 예배하고 물러갔다.
2. 경전 본문
수행본기경 상권
후한(後漢) 서역(西域) 삼장 축대력(竺大力) 강맹상(康孟詳) 한역
김달진 번역
1. 변화를 나타내는 품[現變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 석씨 정사(釋氏精舍)의 니구타수(尼拘陀樹) 아래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다.
이들은 모두가 아라한으로서 이미 먼저의 부처님으로부터 맑은 행을 깨끗이 닦아 모든 번뇌가 다하여 이치를 이해하고 때가 없으며, 온갖 지혜가 자유자재하고 모든 법을 환히 알며 무거운 짐에서 떠나고 원한 바를 얻었으며, 3처(處)가 다하고 바른 앎[正解]을 다 알며, 3신(神:明)을 원만히 갖추고 여섯 가지 신통을 이미 통달하였다.
비구니 대중 대복애(大伏愛)등 5백 인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바새와 우바이들 4부대중이 널리 모였으며, 여러 외도의 바라문과 니건자(尼揵子) 등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모두 와서 모였으며, 모든 사천왕ㆍ도리(忉利)천왕ㆍ염(炎)천왕ㆍ도솔[兜術]천왕ㆍ니마라제(尼滅提)천왕ㆍ바라니밀(波羅尼蜜)천왕ㆍ범(梵)천왕ㆍ아가니타(阿迦膩吒)천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헤아릴 수 없는 대중들과 함께 모두 와서 모였으며, 여러 용왕(龍王)ㆍ아수라[阿湏輪]ㆍ가루라[迦留羅]ㆍ긴나라[眞陁羅]ㆍ마후라가[摩休勒] 등 낱낱 존귀한 신들이 저마다 권속들과 함께 모두 모여 왔으며, 백정왕(白淨王)ㆍ무노왕(無怒王)ㆍ무원왕(無怨王)ㆍ감로정왕(甘露淨王)이며, 가유라위의 9억 장자들이 저마다 관속들을 데리고 한꺼번에 와서 모였는데 모두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에서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추시니 마치 만월이 별 가운데서 특이하게 밝음과 같아서 거룩함이 의젓하셨다.
뭇 성인들의 왕[聖衆王]과 온 대중의 모임에서는 모두가 의심하며 생각하기를, ‘태자는 가유라위에서 태어나 백정왕가에서 자라나셨고 나라를 버리고 도를 배우셨으며 명호가 부처님이 되셨는데, 나무 아래서 6년 만에 도를 얻으셨을까, 12년 만에 얻으셨을까?’라고 하였다. 혹은 또 생각하기를, ‘본래 무슨 술법을 행하시어 이렇게 높고 뛰어나게 되셨으며, 섬기신 스승은 누구였기에 이제 특별히 높게 되셨고, 처음 무슨 법을 닦으셨기에 부처님이 되셨을까?’라고 하기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두에게 의심이 있음을 아시고 곧 마하목건련(摩訶目揵連)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달살아갈(怛薩阿竭)을 위하여 본기(本起)를 말할 수 있겠느냐?”
이에 마하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의복을 정돈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제 부처님의 위신을 받자와 부처님의 신력을 지니고 일체를 위하여 자세히 말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전생의 셀 수 없는 겁 때에 본래 범인으로서 처음에 부처님 도를 구한 이래로 정신은 형상을 받으면서 다섯 갈래[五道]를 두루 돌아다녔나니, 한 몸이 죽어 무너지면 다시 한 몸을 받는 등 나고 죽음이 한량없어서 마치 천하의 풀과 나무를 다 베어서 산가지[籌]를 만들고서 나의 옛 몸을 헤아린다 하여도 셀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대저 하늘과 땅이 시작하여 끝나는 동안을 1겁이라 하거니와 나에게는 하늘과 땅이 바뀌면서 이루어지고 무너진 것이란 헤아릴 수조차 없었느니라.
세간의 탐욕으로 애욕의 바다에서 오래도록 흐르며 빠져 있음을 마음 아파한 까닭에, 나는 혼자 그 근원을 돌이키기 위하여 스스로 힘쓰며 뛰어나오려 하였다. 그 때문에 세상마다 부지런히 고행하면서도 괴로움이라 여기지 않고 마음을 비워 고요함을 즐기며 함이 없고 욕심이 없으며 자기 것을 덜어서 보시하고 지성으로 힘써 나아가고 한마음으로 생각을 하며 성인의 지혜를 배우고 천하를 사랑하며 가난하고 불쌍한 이를 가엾이 여겼다. 근심하고 슬퍼하는 이를 크게 위로하며 중생을 길러주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구제하며 여러 부처님과 독각이며 아라한 등을 받들어 섬겼으므로 누적된 공훈(功勳)이야말로 기억할 수조차 없었는데, 그 옛날에 정광부처님[錠光佛]이 세상에 나오시게 되었느니라.
제화위국(提和衛國)에 등성치(燈盛治)라는 성왕(聖王)이 있었고, 인민들은 수명이 길며 인자하고 효성스럽고 어질고 의로웠으며 땅은 기름져서 풍성하여 그 세상은 태평하였느니라.
한 태자가 탄생하여 이름을 정광(錠光)이라고 지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상에서 짝할 이가 없었으므로 성왕은 사랑하고 생각하여 매우 기이하게 여겼다.
왕은 목숨을 마칠 적에 나라를 태자에게 맡겼는데, 태자 정광은 무상(無常)을 생각하며 나라를 아우에게 물려주고, 즉시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다. 도를 이루어 명호를 불무상지존신덕광명(佛無上至尊神德光明) 이라고 하셨느니라.
밤낮 없이 비구 대중 62만을 거느리고 세계를 유행(遊行)하며 중생들을 교화하시다가, 제화위국에 돌아와서 종성(種姓)들과 나라의 백성들을 제도 해탈시키려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본국에 도착하셨느니라. 나라 안의 백관(百官)과 신하들은 ‘부처님 대중이 와서 나라를 쳐서 빼앗으리라’ 하여 모두가 함께 의논하기를, ‘이제 군사들을 일으켜 미리 가서 항거해야 할 것이요, 나라를 주어서는 안 되리라’고 하고, 즉시 서로가 인솔하여 부처님에게 향하려 하였다. 부처님은 여섯 가지 신통으로써 그 마음을 미리 아시고 변화로 넓고 크고 으리으리한 성을 만들어 그 성에서 대처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나라의 인민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해탈시키려고 곧 두 성을 유리(琉璃)로 변화시켜, 그 성이 환히 트여서 안팎이 서로 비치게 하시고, 다시 변화로 62만의 비구들을 부처님과 다름없게 나타내 보였다. 왕은 보고 두려워하며 의심이 풀리고 마음이 조복되었으므로 바로 부처님께 나아가서 공경히 머리 조아리고 스스로 뉘우치면서, ‘성품이 고루하고 둔해서 악한 뜻으로 부처님께 향하였나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잘못이라 용서하시고, 부처님은 곧 정사로 돌아가시옵소서. 7일 동안에 공양을 마련하고서 지극히 높으신 이를 받들어 맞이하겠사옵니다’라고 하셨다. 부처님은 그의 뜻을 아시고 잠자코 곧 돌아가셨느니라.
이에 그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성왕을 받들어 맞이하는 그 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하자, 여러 신하들은 말하기를, ‘전륜성왕을 맞이하는 법은 국토를 장엄하되 두루 40리의 길을 편편하게 다스리고, 향즙을 땅에 뿌리며 금과 은이며 값진 옥의 7보 난간과 여러 당기 번기를 세우고 비단과 꽃 일산을 성문과 거리에 장엄하게 꾸미며, 거문고를 타고 악기를 울리며 도리천과 같이 하여 꽃을 흩고 등을 켜며 뭇 이름 있는 향을 사르면서 공경히 길 곁에서 모셔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7일 만에 마치고서 왕은 여러 신하와 백관에게 칙명하여 인도하고 따르게 하면서 몸소 부처님을 마중하는지라, 부처님은 인민들을 가엾이 여기어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갈 채비를 하라. 청에 응하여야겠다.’
비구들이 분부를 받고 본국으로 나아갔는데,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렇게 공양을 마련하고 잘 꾸민 광채를 눈으로 보느냐? 옛날에 내가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장엄한 것도 지금과 같으니라’
이 때에 나이 어린 범지 무구광(無垢光)이 있었는데, 어리면서도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뜻이 크고 포부가 넓었으므로 산림에 숨어살면서 그윽함을 지키고 선정(禪定)을 행하며 도서비참(圖書秘讖)에 모르는 바가 없었다. 공양을 받들어 스승의 은혜를 갚으려고 생각하여 하직하고 다니면서 교화하다가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느니라.
그 마을에 불루타(不樓陀)라는 범지가 있었는데, 하늘에게 성대한 제사를 지내기를 열두 달 동안 하면서 범지의 무리들 8만 4천 인에게 음식을 공양하다가, 그 해 마지막의 보시로서 금은의 값진 보배와 수레ㆍ말ㆍ소ㆍ양ㆍ옷ㆍ비단ㆍ신ㆍ7보 일산ㆍ석장(錫杖)이며 조관(澡罐) 등을, 그 중에서 가장 총명하고 지혜로운 이에게 주게 되어 있었느니라.
이레가 아직 끝나기 전에 나이 어린 보살은 그 대중 가운데 들어가서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도를 논하고 이치를 설명하였다. 그 때의 그 대중들은 한량없이 기뻐 뛰었으며 주인 장자도 매우 기뻐하여 딸 현의(賢意)를 보살에게 주었다. 보살은 받지 않고 다만 일산과 석장ㆍ조관ㆍ신ㆍ금전ㆍ은전 각각 1천을 가지고 돌아가서 옛 스승에게 올렸더니, 그 스승은 기뻐하며 같이 나누어주었느니라.
나이 어린 보살이 다시 하직하고 떠나올 때, 같이 배운 이들은 각기 한 사람이 은전 1전씩을 선물하여 보냈다. 유행하며 다니다가 이 나라에 들어와 보니, 사람들이 기뻐하며 바쁘게 길을 평탄하게 닦고, 물을 뿌려 쓸며 향을 사르는지라 행인에게 물었다.
‘무슨 일 때문이십니까?’
행인이 대답하였다.
‘정광부처님께서 오늘 오시므로 공양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나이 어린 보살은 부처님이라 함을 듣고 기뻐서 뛰며 옷과 털이 숙연하여져서 물었다.
‘부처님은 어디서 오시며, 어떻게 공양하게 됩니까?’
행인이 대답하였다.
‘오직 꽃과 향ㆍ비단 당기와 번기만으로 합니다.’
이에 보살은 곧 성으로 들어가서 공양거리를 애써 구하며 잠깐 동안에 두루 돌았지마는 끝내 얻을 수가 없었느니라.
나라 사람이 말하였다.
‘왕께서 꽃과 향을 금하고 있습니다. 7일이 되면 혼자만이 공양한답니다.’ 보살은 듣고 매우 언짢았는데, 잠깐 만에 부처님이 이르시어 동자의 마음을 알아채셨다. 그 때에 한 여인이 병에 꽃을 담아 가졌는지라,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아 꽃병을 환히 비춰 유리로 변화 시켜 안팎에서 서로 보이게 하자, 보살이 나아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은전이 모두 합해 5백이 있으니
다섯 송이의 꽃을 사기를 청합니다.
정광부처님께 받들어 올려
나의 본래 소원을 구하겠습니다.
여인은 그 때에 게송으로 보살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이 꽃의 값어치는 불과 몇 전인데
5백 전으로 사려고 하십니까?
지금 어떠한 소원을 구하기에
은전의 보배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까?
보살은 곧 대답하였느니라.
제석ㆍ법왕ㆍ악마왕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사천왕과 전륜성왕 구하는 것도 아니며
소원은 내가 부처를 이루어
온갖 시방을 제도 해탈함입니다.
여인은 흔쾌히 말하였느니라.
장하십니다, 참으로 좋습니다.
소원을 빨리 이루소서.
원컨대 저는 다음 세상에 태어나서는
언제나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하소서.
보살은 곧 대답하였느니라.
여인이란 애정과 교태가 많은지라
사람의 바른 도의 뜻을 무너뜨리고
구한 바의 서원을 어지럽히며
사람의 보시(布施)의 마음을 끊게 합니다.
여인은 보살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저는 맹세코 다음 세상에 태어나서
아이들과 그리고 나의 몸까지
당신이 남에게 보시하려 하면 따르겠으니
이제 부처님께서는 저의 뜻을 아시리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 주시겠다면
이 꽃을 곧 얻으실 수 있겠지만
들어주지 않겠다면 돈을 도로 당신께 드리리라.
곧 바로 전생을 생각하여
그의 본래 행을 자세히 살펴보매
5백 생 동안을 지나오면서
거듭하여 보살의 아내였었다.
이에 보살이 곧 허락하고 기뻐하면서 꽃을 받아 떠나가는지라, 매우 기뻐하며, ‘지금 저는 연약한 여인이므로, 나아가 뵈올 수 없습니다. 두 송이 꽃을 맡기오니, 부처님께 올려 주소서’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에 부처님이 이르셨는데, 국왕과 신하와 인민이며 장자와 거사들이 권속들에게 에워싸여 수천 겹 수백 겹이었으므로, 보살은 나아가 꽃을 흩으려 하였지마는 나아갈 수조차 없었다. 부처님은 지극한 뜻을 아시고 변화로 땅을 질게 만드시어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서게 하셨다.
보살은 비로소 나아가게 되어 곧 다섯 송이 꽃을 흩었더니 모두가 공중에 머물러서 꽃 일산으로 변화되어 70리를 덮었으며, 두 송이 꽃은 부처님의 두 어깨 위에 머물러서 마치 뿌리에서 난 것 같았으므로 보살은 기뻐하면서 머리를 풀어 땅에 깔며, ‘부처님께서 밟으시옵소서’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어찌 밟을 수가 있겠느냐?’라고 하시자, 보살은 대답하기를, ‘오직 부처님만이 밟으실 수 있사옵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은 비로소 밟으시고 서서 웃으시니, 입안에서 5색의 광명이 나와 입으로부터 일곱 자를 떠나서는 두 줄기로 나누어지면서, 한 줄기의 광명은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시어 안 비친 데가 없게 하시고, 정수리로 들어간 다른 한 줄기의 광명은 아래로 18지옥에 들어가서 고통이 한꺼번에 편안하여지게 하셨느니라.
여러 제자들은 부처님께 아뢰기를, ‘부처님께서는 헛되이 웃으시지 않으시니 그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이 동자를 보느냐?’라고 하시므로, 제자들은 ‘네, 보았나이다’라고 하였다.
세존(世尊)은 말씀하시기를, ‘이 동자는 무수한 겁 동안 배운 바가 깨끗하여 마음을 항복받고 목숨을 버리며 욕심을 버리고, 공(空)을 지키며 일으키지도 않고 없애지도 아니하며 치우침이 없는 사랑[慈]으로 덕과 행과 서원을 쌓아서 이제야 얻었느니라’라고 하셨느니라.
부처님은 동자에게 말씀하기를, ‘너는 지금으로부터 100겁 후에 부처님이 되리니, 명호는 석가문(釋迦文)[한(漢)나라 말로는 능인(能人)] 여래ㆍ무소착(無所着)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고 할 것이며, 겁의 이름은 파타(波陀)요[한나라 말로는 위현(爲賢)], 세계의 이름은 사부(沙捊)[한나라 말로는 공외국토(恐畏國土)]이리라.
아버지 이름은 백정(白淨)이요, 어머니 이름은 마야[摩耶]이며, 아내의 이름은 구이(裘夷)요, 아들의 이름은 라운(羅云)이며, 시자의 이름은 아난이리라. 오른편의 제자는 사리불(舍利佛)이요, 왼편의 제자는 마하목건련(摩訶目揵連)이니 5탁(濁)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고 시방을 제도 해탈함이 나와 같으리라라고 하셨느니라.
이에 능인(能仁)보살은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쁘고 의심이 풀리고 욕망이 그치며 환하여지고 생각이 없어져서 고요히 선정에 들었는데, 바로 깨끗한 생멸 없는 법의 지혜를 얻고서 즉시 몸을 솟구쳐 공중으로 올라가 땅에서 일곱 길을 떨어져 있다가 위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면서 문득 사문이 되었으므로,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너는 장차 이 세상에서
풀을 깔고 나무 아래 앉아서는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시키리라.
너는 성인의 도량에 가서
감로의 북을 치고 울리며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잇따라 위없는 법 바퀴를 굴리리라.
너는 장차 이 세상에서
좋은 방편과 위없는 지혜로
아흔 여섯의 외도들이
법의 눈을 다 얻게 하리라.
너는 장차 이 세상에서
자비로써 네 가지 은혜를 행하고
법의 감로를 베풀면서
3독(毒)의 병을 없애주리라.
능인 보살은 정광부처님을 받들어 섬겼고 열반하기까지 계율을 깨끗이 받들고 바른 법을 수호하며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고 기뻐하고 보호하며 어짊과 사랑을 베풀고 사람을 이롭게 하되, 평등하게 이롭게 하며 구제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목숨을 마치고 도솔 천상에 올라가 났으며 일체를 구제하고 눈 어두운 이들을 거두어 제도하려고 위로부터 내려와 전륜왕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었는데, 7보가 인도하며 따랐느니라.
무엇이 7보인가 하면,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요, 둘째는 신주보(神珠寶)요, 셋째는 옥녀보(玉女寶)요, 넷째는 전보장신(典寶藏臣)이요, 다섯째는 전병신(典兵臣)이요, 여섯째는 감마보주모갈(紺馬寶珠髦)이요, 일곱째는 백상보주모미(白象寶珠髦尾)이니라.
금륜보라 함은, 수레바퀴에 천 개의 바큇살이 환히 비쳐서 해와 달의 광명보다 뛰어났으며, 왕의 위에 있다가, 왕이 마음으로 생각만 하면 수레바퀴가 굴러가게 되어 천하를 순행하되 잠깐 동안에 두루 도나니, 이 때문에 금륜보라고 하느니라.
신주보라 함은, 29일이 되어 해와 달이 없어진 밤에 구슬을 공중에 매달아 두면 그 나라의 위에 있으면서 나라의 크고 작음에 따라 안팎을 밝게 비추어 낮과 다름없이 하나니, 그 때문에 신주보라고 하느니라.
옥녀보라 함은, 그의 몸이 겨울이면 따뜻해지고 여름이면 시원해지며, 입 안에서는 푸른 연꽃 냄새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며, 음식은 저절로 소화되어 대변과 소변의 근심이 없고, 여인으로서의 오로(惡露)와 부정한 것도 없으며, 머리카락과 몸은 길지도 않으며 짧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검지도 않고 비대하지도 않으며 파리하지도 않나니, 그 때문에 옥녀보라고 하느니라.
전보장신이라 함은, 왕이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마니ㆍ진주ㆍ산호 등 값진 보배를 얻으려 할 때에 손을 들어 땅을 가리키면 땅에서 7보가 나오고 물을 가리키면 물에서 7보가 나오며 산을 가리키면 산에서 7보가 나오고 돌을 가리키면 돌에서 7보가 나오나니, 그 때문에 전보장신이라 하느니라.
전병신이라 함은, 왕이 네 가지 병사인 마병(馬兵)ㆍ상병(象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을 얻으려고 생각하면 그 신하가 왕에게 아뢰기를, ‘얼마의 병사들을 얻으려 하십니까?’ 하여 ‘천이다’, ‘만이다’, ‘무수하다’라고 하면, 돌아보는 순간에 병사들이 벌써 마련되어 진을 치고 엄숙하게 정돈되나니, 그 때문에 전병신이라 하느니라.
감마보라 함은, 검푸른 빛깔의 말인데 갈기에 꿰진 구슬을 문질러 씻으면 곧 떨어지지만 잠깐 만에 다시 본래대로 생기며, 그 구슬은 산뜻하여 앞의 것보다 낫다. 말 우는 소리는 멀리 1유순까지 들리고 왕이 때마침 올라타면 천하를 순행하되 아침에 갔다가 저물 무렵에 돌아오면서도 지치지 아니하며, 말의 다리에 먼지가 닿으면 모두가 금모래가 되기 때문에 감마보라 하느니라.
백상보라 함은, 몸 빛깔은 희고 눈은 검푸르며 7지(肢)를 갖추었고 힘은 백 마리의 코끼리보다 뛰어나며, 갈기 끝에 꿰진 구슬은 산뜻하고 깨끗하며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고 어금니는 7보의 빛깔이다. 만약 왕이 타기만 하면 하루에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되 아침에 갔다가 저물 무렵에 돌아오면서도 괴로워하거나 지치지 아니하며, 만약 물을 건너면 물이 요동치지 않고 발 또한 젖지 않나니 그 때문에 백상보라고 하느니라.
그 때의 인민들은 수명이 8만 4천 살이요, 후궁 채녀도 각각 8만 4천이며, 왕에게는 천의 아들이 있어서 인자하고 씩씩하여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해 내며 성왕은 바르게 다스리고 계율의 덕과 열 가지 선행으로 인민들을 가르친다. 천하가 태평하고 비와 바람이 때에 알맞으며, 5곡이 잘 익어서 먹으면 병이 적으며 맛은 단 이슬과 같고 기력이 왕성하다. 다만 일곱 가지 병이 있는데, 첫째는 추움, 둘째는 더움, 셋째는 배고픔, 넷째는 목마름, 다섯째는 대변, 여섯째는 소변, 일곱째는 뜻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것뿐이니라.
성왕은 목숨이 다하여 또 범천에 올라가서 범천왕이 되는 등, 올라가서는 하늘의 임금이 되고 내려와서는 전륜성왕이 되기를 각각 서른여섯 번 되풀이하면서 인간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수시로 나왔으며, 보살은 애써 고생하며 3아승기겁 동안을 겪고 지나다가 겁이 다하려 할 적에 일체를 가엾이 여겨 끝없이 돌면서[輪轉] 중생들을 위하였고, 몸을 굶주린 범에게 던지면서 용맹스럽게 힘써 나아갔는지라, 9겁을 뛰어넘었느니라.
능인 보살은 91겁 동안 도와 덕을 닦고 부처님의 뜻을 배우며 6바라밀[度無極]인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행하고 좋은 방편과 사랑ㆍ가엾이 여김ㆍ기쁨ㆍ보호로써 중생들을 기르되, 마치 갓난아이 보살피듯 하였다.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겨서 쌓은 덕이 한이 없고 여러 겁 동안 부지런히 고행하여 10지(地)의 행을 통달하였으며,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있으면서 공과 뜻이 이룩되어 거룩한 지혜가 한량없었는데, 시운(時運)이 다가와서 내려가 부처가 되어야 했으므로 도솔천상에서 네 가지를 자세히 살폈느니라.
토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부모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어느 나라 안에 나서 교화함이 마땅하며, 먼저 누구를 제도할 것인가? 백정왕이야말로 바로 나의 여러 세상 동안 낳아 주신 아버지로구나’라고 하였느니라.
구리찰제(拘利刹帝)에 두 딸이 있었는데, 이 때에 후원에 있는 못 안에서 목욕을 하였으므로 보살은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하기를, ‘바로 나를 세상마다 낳아 주신 어머니로구나. 가서 태어나야겠구나’라고 하였느니라.
이 때에 5백의 범지들은 모두가 다섯 가지 신통을 지녔는데, 궁성을 날아 지나다가 지나갈 수가 없는지라 놀라며 서로가 말하기를, ‘우리들의 신통은 석벽(石壁)도 모두 지나가거늘, 무엇 때문에 지금은 지나갈 수 없을까?’라고 하자, 범지의 스승이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 두 여인을 보느냐? 한 여인은 장차 서른두 가지 몸매를 지닌 거룩한 분을 낳을 것이요, 한 여인은 장차 서른 가지 몸매를 지닌 사람을 낳으리라. 바로 그의 위신으로 우리들의 신통을 잃게 하였느니라’ 하였다. 이 때에 음성이 천하에 널리 들렸으므로 백정왕은 기뻐 뛰면서 비행황제(飛行皇帝)가 그의 집에 태어난다 함을 욕심내어 곧 구혼하여 맞아서 아내로 삼았느니라.
카필라[迦夷衛]는 3천의 해와 달과 만 2천의 하늘과 땅에서 한가운데가 되는 곳인데,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이 땅에서 탄생하셨느니라.”
첨부 파일에 계속 됩니다.
출처 : 고려대장경 연구소, 동국역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