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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 20권 중 제 1권
화엄경탐현기 제1권
위국(魏國) 법장(法藏) 한역
노혜남 번역
1. 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 ①
크고 넓은 지혜를 지닌
10신(身)의 노사나불과
모든 법계에 가득 찬
가장 높고 크게 자비스런 어른과
바르고 넓어 때를 여의는 법과
원만히 해탈하게 하는 법륜과
보현(普賢)․문수(文殊) 등
바다같이 넓은 모임의 큰 보살님께
목숨 바쳐 귀의하옵나이다.
제가 구박지(具縛地)1)에 있으면서
마음으로 큰 법문 듣기를 바라옵나니
원하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염지력(念智力)을 더하게 하여 주옵소서.
이 비밀하게 감추어진 법장을 열어
널리 나와 남을 이익되게 하여지이다.
바라옵건대 법이 오래도록 머물게 하고
저 등불을 전하여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자 하옵나이다.
생각건대 법성은 허하여 텅 비고 끝이 없어서 보고 듣는 것을 뛰어넘었고,지혜의 넓은 바다는 끝없이 깊어 생각으로 헤아려 알 수 없도다. 아득하고 그윽한 도는 이름이나 말로는 그 끝[際]을 찾기 어렵고 망망한 소범(素範)2)은 상[相見]3)으로 그 근원을 파헤칠 수 없도다.
다만 중생의 근기는 천차만별이니 형상과 말씀을 휘둘러 법계에 가득하게 하고, 마음과 경계는 일미(一味)4)인지라 능소(能所)를 없애며 고요한 경지[寂寥]로 돌아가게 함이로다. 체(體)와 용(用)이 모나지 않고 원융하여 헤아릴 수 없다. 이에 형상이 없는 데서 형상을 나타내어 보임이 마치 양곡(陽谷)5)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같고, 말없는 데서 말을 보이심이 마치 넓은 바다에서 파도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까닭으로 처음 연화장세계에서 다함이 없는 깊은 도리의 요점을 연설하시어 상달(上達)6)의 무리를 섭수하고 인도하여 부처님의 경지를 밟게 하셨다.
그러한 뒤에 사바세계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자비의 구름을 펼치시어 법의 비를 내려 3근(根)7)을 윤택하게 하시고 도의 싹을 키워 한 법에 돌아가게 하였다. 여기에 기연(機緣)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성인이 응하여 오는 것도 다르다. 성인이 응하여 오는 것은 다르다고 할지라도 생각으로 헤아려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라.
『화엄경』이란 이 해회(海會)에서 융성하게 담론했던 말씀을 모아놓은 것으로 산왕(山王)을 비춘 지극한 말씀이다. 이치가 넓고 깊어 법계를 다하고 진리의 근원을 사무친다. 넓고 넓은 미묘한 말씀은 허공과 같아 티끌같이 많은 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크고 작은 것을 무너뜨림이 없이 커다란 세계를 감추어 털끝 속에 들어가게 하며, 크고 작은 것을 바꾸지 않고 극미(極微)한 것을 융합하여 법계에 두루 가득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인다라망(因陀羅網)8)은 서로서로 그림자를 비추어 겹겹으로 둘러쳐 있고, 정광(錠光)여래의 파리(玻黎)는 티끌같이 많은 세계를 비추어 은은(隱隱)하다. 하나는 많음과 다르지 아니하여 걸림이 없고, 많음은 하나와 다르지 아니하여 원만하게 통하였도다. 9세(世)를 거두어서 찰나에 들게 하고 한 생각을 펼쳐 긴 세월[永劫]을 다하였다.
3생에 구경(究竟)을 얻어 종자를 견고하게 함으로써 인(因)을 삼고, 10신(信)의 도가 원만한지라 넓은 덕이 나타나 과(果)를 이루었다. 과는 인(因)을 떠나서 다른 과가 없나니, 다섯 가지 지위[五位]를 파생하여 분골을 나누고 인은 과를 떠나서 다른 인이 없나니 10신(身)9)을 총괄하여 이치를 가지런히 하였도다. 이러한 까닭으로 문수보살[覺母]이 제자를 구하러 동쪽의 성[東城:福城]으로 나아가자 6천 명의 비구가 열 가지 눈을 열고, 선재동자가 남쪽 나라로 110성(城)에 선지식을 구하니 일생에 광겁의 과를 이루었도다.
마침내 보리수[樹王]를 넘지 않고 6천(天)에 이르니, 어찌 화장세계를 옮겨 10찰(刹)을 허융(虛融)함이 아니겠는가. 보게(寶偈)10)를 티끌 가운데 보이시어 가지런히 여덟 번의 모임을 빛나게 하였고, 왕주(王珠)11)를 성품의 덕성에서 열어서 7처(處)가 원만히 밝아졌다.
넓고 넓은 갱횡(鏗鋐)12)은 생각을 가로막아 멀리 벗어남이요, 높디높아 밝게 빛남은 보고 들음을 초월하여 귀머거리요 장님이로다.
이러한 까닭으로 노사나불은 해인13) 가운데서 깨달음을 이루어 이칠 일(二七日:14일)만에 설법하셨고, 용수(龍樹)는 마침내 아래로 용궁을 살펴 6백 년 뒤에 드디어 세상에 나타났다.
‘대(大)’는 포함으로써 뜻을 삼고, ‘방(方)’은 궤범(軌範)으로써 공(功)을 삼으며, ‘광(廣)’은 체(體)와 융합[卽]하여 용(用)이 두루 가득함이요, ‘불(佛)’은 과(果)가 원만하고 깨달음이 가득함이요, ‘화(華)’는 만행을 꽃피움을 비유한 것이요, ‘엄(嚴)’은 이 본체의 장엄함을 비유함이요, ‘경(經)’은 꿰뚫고 기워서 능전(能詮)의 가르침이 나타나게 됨을 말한다. 법과 사람과 비유를 합쳐 제목을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고 하였다.
「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이란 기세간(器世間) 등 세 가지 세간14)이 때[時]를 환히 비추어 광결조명(光潔照明)함을 맑은 눈에 비유하여 법과 비유를 함께 들어 ‘세간정안’이라 하였다. 말[言語]의 이치는 하나이지만 격류(格類)에 상종하기 때문에 칭하여 ‘품’이라고 한다.
이 경에는 서른네 가지 품목이 있는데 이 품이 처음이 되기 때문에 ‘제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방광불화엄경 세간정안품 제일’이라고 말한 것이다. 나머지 뜻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다.
장차 이 경을 해석하려 함에 대략 열 가지 문[十門]을 분석하려고 한다. 첫째는 가르침[敎]이 일어난 연유를 밝히고, 둘째는 장부(藏部)에 섭수된 것을 밝히고, 셋째는 교를 세우는 차별을 나타내고, 넷째는 가르침을 받을 근기를 가려냄이요, 다섯째는 능전(能詮)의 교체를 분별하는 것이며, 여섯째는 소전(所詮)의 종취를 밝히는 것이요, 일곱째는 경의 제목을 갖추어 해석함이요, 여덟째는 부류(部類)의 전역(傳譯)을 밝히는 것이요, 아홉째는 문의(文義)의 분제(分齊)를 가리는 것이요, 열째는 경문을 따라 해석하는 것이다.
맨 먼저 ‘가르침이 일어난 연유를 밝힌다’는 것은 먼저 총체적으로[總] 밝히고 뒤에 개별적으로[別] 나타내고자 한다.
총(總)이란 무릇 큰 가르침[大敎]이 일어나게 된 그 인연이 한량이 없다. 그러므로 『지론(智論)』의 처음에 반야의 가르침이 일어난 인연을 자세히 분별하였다. 수미산은 일이 없거나 또는 조그만 인연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커다란 인연이 있기 때문에 설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반야바라밀이 세간에 유행하여 많은 중생들[群品]을 널리 유익하게 한 까닭이다. 『법화』에서도 또한 “여래가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위한 까닭에 세상에 출현하셨다”15)고 하였으니, 이른바 불지견(佛知見)에 깨달아 들어가는 방법을 열어 보이신 것이다. 이 경(화엄경)의 끝 부분에서도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의 성기(性起)의 바른 법은 생각으로 헤아려 알 수 없다. 무슨 까닭인가. 작은 인연으로써 등정각을 이루어 세상에 출현하여 흥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열 가지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백천 아승기의 인연으로써 등정각을 이루어 세상에 출현하여 흥기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한량없는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 등을 자세히 설명하리니, 마땅히 알지니라.
다음 개별적으로 나타내었다는 것에 대하여 간략히 열 가지 뜻을 들어서 다함이 없음을 밝힌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이를테면 법이 그러한[法爾]16) 까닭이요, 원력(願力)인 까닭이며, 기감(機感)인 까닭이요, 근본[本]이 되는 까닭이며, 덕(德)을 나타내는 까닭이요, 지위[位]를 나타내는 까닭이며, 개발하는 까닭이요, 견문(見聞)인 까닭이며, 행(行)을 이루는 까닭이요, 과(果)를 얻는 까닭이다.
첫째 ‘법이 그러한 까닭’이라고 한 것은 모든 부처님께서 법이 그러하여 모두 다함이 없는 세계에서 항상 이와 같이 다함이 없는 법륜을 굴리는 것이 마치 대왕의 길이 법이 그러하듯 항상한 규범으로서 머물거나 그침이 없이 미래제를 다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까닭으로 아래에 나오는 「부사의품」에 이르되 “모든 법계의 허공과 같은 세계에 다 털끝으로 두루두루 헤아리고 측량[周遍度量]하여 하나하나의 털끝처럼 많은 곳마다 생각생각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작은 먼지와 같이 많고 많은 몸을 변화로 나타내고 나아가 미래제의 겁(劫)이 다하도록 낱낱 화불(化佛)17)의 몸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머리가 있고, 낱낱 머리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혀가 있으며, 낱낱 혀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음성을 내어 낱낱 음성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수다라(修多羅)를 설하며, 낱낱 수다라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법(法)을 설하고, 낱낱의 법 속에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구신(句身)18)과 미신(味身)을 설한다. 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작은 먼지처럼 많고 많은 겁에 또 다른 구신과 미신을 설함에 있어서 음성은
법계에 충만하여 모든 중생들이 듣지 못한 이가 없었다. 모든 미래제겁이 다하도록 항상 법륜을 굴려 여래의 음성이 다름이 없고 끊어짐이 없고 다하여 없어질 수도 없다”고 하였다.
주)-------------------------------------------------------------
1) 구박지(具縛地)란 번뇌를 끊지 못하여 온갖 속박을 갖추어 가지고 있는 범부의 경지를 말한다.
2) 소범(素範)이란 깨끗한 법이란 뜻으로 곧 법성(法性)의 이치를 말한다.
3) 상견(相見)이란 상분(相分)과 견분(見分), 즉 반연되는 대상과 능히 반연하는 인식을 말한다.
4) 일미(一味)는 마음이란 중생의 느낌을 말하며, 경계란 느껴지는 대상 즉 부처가 중생들이 바라는 대로 따라 주는 것. 중생의 느낌과 부처의 응함이 하나의 이치라는 뜻. 중생과 부처가 일여(一如)함을 말한다.
5) 양곡(陽谷)이란 고려대장경본에는 ‘陽谷’, 대일본속장경본에는 ‘暘谷’이라 함. 태양이 떠오르는 곳을 말한다.
6) 상달(上達)이란 지엄의 『수현기』에서는 원교(圓敎)는 상달, 즉 부분적으로 부처의 경계에 오른 사람을 위한 가르침이라 하고, 징관의 『현담』에서는 상달이란 10지(地) 이전의 보살이고 부분적으로 부처님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란 10지 보살을 말한다고 한다.
7) 3근(根)이란 상․중․하의 세 가지 근기를 말한다.
8) 인다라망(因陀羅網)이란 리그베다의 가장 중요한 신으로 나중에 불법의 수호신이 된 제석천(帝釋天)의 궁전에 그것을 장엄하게 하기 위하여 몇 겹으로 둘러싸인 보배 그물로서 하나하나의 그물코에 보배구슬이 있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빛을 발하여 서로서로를 비추어 반영하는 관계를 말한다.
9) 10신(身)이란 부처님의 열 가지 몸이다. 「십지품」 제8지에는 해경(解境)의 열 부처님이 있고, 「성기품」에는 행경(行境)의 열 부처님이 있다.
10) 보게(寶偈)란 불경을 칭찬하는 말로 여기서는 「성기품」의 “미진을 파괴하여 이 경권을 내어 중생을 요익케 한다”는 글에 의한 것으로 중생의 번뇌 망상 속에 원만한 부처의 지혜를 갖추어 본래부터 성불되어져 있는 구래성불(舊來成佛)을 비유로써 말한 것이다.
11) 왕주(王珠) 아래는 「성기품」에 여래의 법신인 마니보왕(摩尼寶王)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만약 어떤 중생이 보고 듣는 사람은 모두 생사의 고통을 없앤다”고 한 것과 “기이하고 기이하다. 부처님의 구족한 지혜가 중생의 몸 가운데 있거늘 어째서 알지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저 중생을 가르쳐 거룩한 도를 깨달아 영원히 망상 전도의 번뇌를 씻어버리고 여래의 지혜가 그 몸 안에 있음을 보아 부처와 더불어 다름이 없음을 깨닫게 하리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여래의 지혜가 다 이 중생 성덕 본구(衆生性德本具)의 왕주(王珠)가 되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12) 갱횡(鏗鋐)이란 원음(園音)이 10계에 두루 가득함을 비유로써 말한 것이다.
13) 60권 『화엄경』은 노사나불이 해인삼매(海印三昧) 중에서 설하시고 부처님 열반 후 600년 만에 용수보살이 용궁에서 찾아내었다는 전설을 말한다. ‘해인삼매’란 진여 본각을 말한다. 망상이 다 없어지고 마음이 깨끗하면 만법의 실상을 볼 수 있는 것이 마치 큰 바다에 천태만상이 나타나지 아니함이 없는 것과 같다.
14) 3종세간이란 기세간․중생세간․지정각세간의 세 가지 세간을 말한다.
15) 『법화경』 「방편품」에 나오는 말이다.
16) 일체 모든 부처님의 법이 그러하였던 것과 같이 으레 그렇다는 뜻이다.
17) 화불(化佛)이란 중생의 근기에 따라 변화하여 나타나는 부처를 말한다.
18) 구신(句身)은 범어로 pada:padakāya이다.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다, 제법(諸法)이 무아(無我)이다”라고 한 것과 같이 구(句)가 둘 이상 모인 것을 말한다. 자성(自性)의 차별인 의리(義理)를 나타내는 것을 구(句)라 하고, 신(身)은 무더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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