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상, 중, 하권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상권
-일명 불가사의해탈(不可思議解脫)-
요진삼장(姚秦三藏) 구마라집(鳩滅什) 한역
1. 불국품(佛國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야리(毗耶離)의 암라수원(菴羅樹園, mraplivana)에서 대비구(大比丘) 8천 인과 3만 2천 의 보살(菩薩)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들로 부처님께서 갖추신 지혜[大智]와, 그것을 얻기 위한 수행[本行]을 모두 성취하였는데, 그것은 여러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들은 진리를 지키는 성곽[護法城]이 되어 항상 가르침[正法]을 받들고, 사자후(師子吼)를 설하여 명성이 시방(十方)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사람들이 청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그들의 벗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며, 불(佛)·법(法)·승(僧) 3보(寶)가 길이 융성하고 끊이지 않도록 하였으며, 마군[魔]과 같은 원수를 항복시켰고, 수많은 외도(外道)를 제압하였다. (몸과 마음) 모든 것이 청정해져서 번뇌[蓋纏]로부터 영원히 벗어나 마음이 항상 편안하게 걸림이 없는[無] 해탈(解脫)의 경지에 머물러 정념(正念)·선정(禪定)·총지(總持)1)·변재(辯才)가 끊이지 않았으며,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와 그 방편의 힘을 부족함 없이 두루 갖추고 있었다.
무소득(無所得)의 경지 이르러 불기법인(不起法認 : 無生法忍)2)을 이루었고, (그 경지에) 수순(隨順)하며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법륜[不退轉法輪]을 굴렸으며, 법상(法相)을 훌륭히 깨달았으며, 또 중생의 근기[根]를 알아 모든 사람들을 뛰어넘어 무소외(無所畏)를 얻었고, 공덕과 지혜로써 그 마음을 닦았고, 상호(相好)로 그 몸을 장엄하여 그 모습이 세상에서 비할 자가 없었다. 하지만 세간의 온갖 장식으로 몸을 꾸미고 있지는 않았다. 그 명성이 수미산을 뛰어넘고, 그 깊고도 견고한 마음은 금강석과도 같았다. (세상을) 진리의 보배[法寶]로 널리 비춰 주고, 감로(甘露)를 널리 흩뿌려 주니, 이 세상의 갖가지 말과 소리 가운데 미묘하기가 제일이었다.
연기(緣起)의 이법(理法)3)을 깊이 깨달아서 온갖 사견(邪見)을 끊어 버렸으므로 있다, 없다고 하는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의 집착[有無二邊]이 뒤에 남는 일은 없었다. 법을 연설할 때에는 사자가 포효하듯이 두려움이 없고, 그 강설하는 가르침[法]은 천둥 벼락치는 것과 같아서 (이 세상의 잣대로는) 헤아릴 수 없어 이미 그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 선장[海導師]4)이 이끌어 온갖 진리의 보배[法寶]를 모으는 것과 같고, 제법(諸法)의 깊고 오묘한 뜻에 통달하고, 중생이 (과보를 받아) 왕래하는 세계 [趣]와 그 중생들 마음의 움직임[所行]을 잘 알아 비교할 수 없는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지혜[自在慧]와 10력(力)과 무소외(無所畏), 18불공법[不共法]에 가깝기까지 하였다.
(중생이 오고 가는) 모든 악한 세계[一切諸惡趣]의 문(門)은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도[關閉] 그들은 (地獄·餓鬼·畜生·人間·天上의) 다섯 가지 세계[正道]에 태어나 중생의 몸을 나타내고, 대의왕(大醫王)이 되어 온갖 병[煩惱]을 훌륭히 치료하며, 병에 따라 마땅한 약을 주어 먹게 하였다.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모두 성취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의 나라를 깨끗이 장엄하고, 그를 보고 듣는 이 가운데는 은혜를 입지 않은 자가 아무도 없었으며, 그 모든 행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니, 이 같은 공덕을 모두가 한결같이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등관보살(等觀菩薩)·부등관(不等觀)보살·등부등관(等不等觀)보살·정자재왕(定自在王)보살·법자재왕(法自在王)보살·법상(法相)보살·광상(光相)보살·광엄(光嚴)보살·대엄(大嚴)보살·보적(寶積)보살·변적(辯積)보살·보수(寶手)보살·보인수(寶印手)보살·상거수(常擧手)보살·상하수(常下手)보살·상참(常慘)보살·희근(喜根)보살·희왕(喜王)보살·변음(辯音)보살·허공장(虛空藏)보살·집보거(執寶炬)보살·보용(寶勇)보살·보견(寶見)보살·제망(帝網)보살·명망(明網)보살·무연관(無緣觀)보살·혜적(慧積)보살·보승(寶勝)보살·천왕(天王)보살·괴마(壞魔)보살·전덕(電德)보살·자재왕(自在王)보살·공덕상엄(功德相嚴)보살·사자후(師子吼)보살·뇌음(雷音)보살·산상격음(山相擊音)보살·향상(香象)보살·백향상(白香象)보살·상정진(常精進)보살·불휴식(不休息)보살·묘생(妙生)보살·화엄(華嚴)보살·관세음(觀世音)보살·득대세(得大勢)보살·범망(梵網)보살·보장(寶杖)보살·무승(無勝)보살·엄토(嚴土)보살·금계(金髻)보살·주계(珠髻)보살·미륵(彌勒)보살·문수사리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보살 등 3만 2천이었다.
또 대범천(大梵天) 이하 1만의 범천들이 다른 4대주(大洲)로부터 찾아와 부처님께 절하고 가르침을 듣고자 하였다. 또 1만 2천의 제석천(帝釋天)들도 다른 4대주로부터 찾아와 이 모임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밖에도 뛰어난 위력(威力)을 갖춘 여러 천신·용신(龍神)·야차(夜叉)·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滅迦) 들도 이미 모임에 와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많은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도 함께 모여 앉아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경을 받으며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은 마치 수미산이 대해(大海)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같았으며, 온갖 보물로 장식된 사자좌(師子座)에 앉아 여러 곳으로부터 찾아온 대중들을 그 위광(威光)으로 남김없이 덮고 있었다.
그 때 비야리성에 장자의 아들 보적(寶積)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5백 명의 장자의 아들과 함께 저마다 7보(寶)로 꾸민 일산(日傘)을 받쳐 들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엎드려 예배하고 들고 온 일산을 모두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위신력으로 일산들을 합쳐 하나로 만들었고, 그것으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모두 덮었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드넓은 모습이 그 안에 모두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수미산(須彌山)과 설산(雪山)·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마하목진린타산(摩詞目眞隣陀山)·향산(香山)·보산(寶山)·금산(金山)·흑산(黑山)·철위산(鐵圍山)·대철위산(大鐵圍山)과 대해(大海)와 강물[江河]과 냇물[川流]과 샘물[泉源], 그리고 해와 달과 성신(星辰)·천궁(天宮)·용궁(龍宮), 그 밖의 다른 온갖 신(神)들의 궁전이 모두 그 7보의 일산 안에 나타났다. 또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과 그 부처님들이 법을 설하는 것도 7보의 일산 안에 역시 나타났다.
그 때 모든 대중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보고는 아직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찬탄하였으며,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그들은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 때 장자의 아들 보적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게송(偈頌)을 읊었다. ...
주)----------------------------------------------------------------
1) 무량무변의 뜻을 지니고 있어서 모든 악한 법을 버리고 한량없이 좋은 법을 가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지혜 또는 삼매(三昧)를 말하기도 하고, 진언(眞言)을 말하기도 한다.
2) anutpattikadharma-ksnti의 번역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여를 깨달아 알고, 거기에 안주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보살이 초지나 7·8·9지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여기에서 인(忍)은 인가(認可)의 뜻으로 확실히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진실의 이치를 깨달은 마음의 평온이다.
3) 산스크리트 pratitya-samutpda를 옮긴 것인데, 인연하여 일어나는 것, 즉 일어난 상태를 가리킨다. 모든 사물은 온갖 조건[緣]에 의하여 그와 같은 것으로 성립됨[起]을 말한 것이다. 그것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도 있다[此有故彼有]"든가, "이것이 생김으로 해서 저것도 생긴다[此起故彼起]"든가, 또는 "이것이 멸함에 의하여 저것도 멸한다[此滅故彼滅]"는 형식으로 말한다. 이와 같이 조건[緣]에 따라서 변하므로 무상하고, 독립된 존재가 없으므로 공(空)이며, 무(無)이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해 있다는 것이다.
4) "선장의 지시로 바다 속의 보물을 채취하게 하듯이"라는 비유로 '해도사'라고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집중법보해도사(集衆法寶海導師)"는 "선장이 이끌어 바다 속의 보물을 채취하듯이 온갖 가르침의 보배를 모으게 한다"는 의미로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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