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후분(大般涅槃經後分) 상/하권
대반열반경후분 상권
대당(大唐) 남해파릉국(南海波淩國) 야나발타라(若那跋陀羅) 한역
심삼진 번역
교진여품(憍陳如品)의 나머지
이때 수발타라(須跋陀羅)가 부처님께서 대반열반의 매우 깊고 묘한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서 법의 눈[法眼]을 얻고, 법의 청정함을 얻었으며, 정법(正法)을 사랑하고 보호[愛護]하고 이미 삿된 견해를 버렸으며, 불법에 대해서 깊은 믿음이 견고해지자 곧 여래께 출가하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발타라야. 잘 왔구나, 비구야. 성심(聖心)을 기쁘게 하고 불도(佛道)에 잘 들어왔구나.”
이에 수발타라는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그 기쁨은 헤아릴 수 없었다. 곧 머리카락과 수염이 저절로 떨어져 스님이 되었다. 법성(法性) 지혜의 물이 마음의 근원에 부어져 다시는 얽매임과 집착함이 없고, 번뇌는 다하고 뜻은 해탈하여 아라한(阿羅漢)의 과위[果]를 얻었다. 수발타라가 이미 과위를 증득하고서 곧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우러러보고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옷을 걷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로 슬픔과 기쁨이 엇갈려 옛날에 있었던 허물을 깊이 뉘우치고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의 독한 몸이 오랜 겁(劫)에서부터 항상 서로 속여 저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무명(無明)과 삿된 견해에 빠지게 하여 삼계(三界)의 외도(外道) 법 가운데를 허우적거리게 한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피해를 입은 것이 매우 심하여 원통하고 고통스러웠으나 지금은 여래의 은혜를 입고 정법에 들게 되어 크게 기쁩니다.
세존이시여, 지혜가 큰 바다와 같고 자애롭고 불쌍히 여김이 헤아릴 수 없습니다. 가만히 스스로 생각하건대 오랜 겁의 몸을 부수어도 능히 이 수유(須臾)의 은혜를 갚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수발타라는 이 말을 하고 나서 슬피 울어 눈물이 흐름을 스스로 그치지 못하더니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노쇠하여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아직도 많은 괴로움과 행고(行苦)가 일어나고 핍박함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세존께서는 조금 더 머무셔서 가르쳐 주시고 불쌍히 여겨 구해 주시기를 오직 바랄 뿐이오니, 반열반하시지 마십시오.”
이때 세존께서는 침묵하시며 허락하지 않으셨다. 수발타라는 청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자, 근심하고 매우 괴로워하면서 크게 탄식하였다.
“괴롭고, 괴롭구나. 세상이 텅 비게 되었구나. 세상이 텅 비게 생겼구나. 어찌하여 지금 큰 두려움이 곧 심한 괴로움으로까지 흐르는가? 슬프고, 슬프다. 중생의 복이 다하고 바른 지혜의 눈이 없어지려 하는구나.”
다시 눈물을 쏟으며 슬프게 부르짖고 목메어 울어서 온몸에 핏빛이 나타난 채로 소리 내어 크게 통곡하였다. 여래 앞에 온몸을 땅에 던지고, 조급하고 흐린 마음으로 혼미하다가 기절하였다. 얼마 후 깨어나 목메어 울며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여래께서 반열반에 드심을 차마 뵈올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스스로 어찌 능히 덜된 그릇인 독한 몸과 함께 머물겠습니까? 지금 세존 앞에서 차라리 먼저 빨리 없어지겠사오니 세존께서는 꼭 뒤에 열반하시기를 원하옵니다.”
이때 수발타라는 이 말을 하고서 슬픈 생각으로 목메어 울다가, 곧 열반에 들었다.
이때 셀 수 없고 셀 수 없는[不可說不可說] 무수억(無數億) 항하(恒河)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큰 보살과 비구와 비구니와 일체 세간의 하늘 사람과 아수라(阿修羅) 등이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괴롭고 괴롭도다. 어찌하여 정각(正覺)께선 하루아침에 버리고 떠나시는가? 주인도 없고 귀의할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나아갈 곳도 없게 되는구나.”
지나간 일을 생각하고 연모하면서 슬픈 감정이 북받쳐 소리 내어 울며 서로 손을 잡고 가슴을 치고, 까무러쳐 사방을 분별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슬프게 통곡하는 소리가 삼천대천세계를 진동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여덟 가지 소리를 내셔서 널리 대중에게 알리셨다.
“큰 소리로 울지 말라. 마치 어린아이들 같구나. 각기 서로 억제하여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라. 그대들은 이 행고(行苦)의 나고 죽는 큰 바다에서 청정한 마음을 부지런히 닦아 염혜(念慧)를 잃지 말고 빨리 바른 지혜[正智]를 구하여 속히 모든 유(有)에서 벗어나라. 삼계에서 받은 몸은 괴로움의 바퀴가 그지없고, 무명(無明)의 낭주(郞主)요, 은혜와 애욕의 마왕(魔王)이니, 몸과 마음을 부려 채찍질하고 종이 되게 한다. 경계를 두루 반연하여 나고 죽음의 업을 짓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생각마다 상해를 입혀 무량한 겁에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괴로운 번뇌를 받는다. 어찌하여 지혜 있는 자가 이 근원을 반추하지 않는가?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광겁(曠劫)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미 대적정[大寂]에 들어 5음(陰)ㆍ18계(界)ㆍ12입(入)이 없고, 영원히 모든 유를 끊어 금강보장(金剛寶藏)은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하다. 나는 지금 이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말하기 어려움을 드러내고 방편의 힘으로 나타내니, 큰 열반[大涅槃]에 들어가 세간의 법과 같음을 보이는 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몸은 번개와 같음을 알게 하여 연모하는 마음을 생하게 하고자 함이다. 나고 죽음의 거센 물결은 표류하며 질주하고 모든 행(行)의 바퀴가 구르며, 법도 마땅히 이와 같다. 여래의 열반은 매우 깊고 깊어 불가사의(不可思議)하나니, 이것은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경계이지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모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발타라는 이미 일찍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으며,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善根)을 깊게 심었다. 본래의 원력(願力)으로써 항상 니건(尼乾)인 외도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수행하고 있다가 방편의 지혜로써 삿된 견해에 빠져 도를 잃은 중생을 힘써 가르쳐서 바른 지혜에 들도록 하였다. 수발타라는 본래의 원력을 타고 지금 나를 만나 최후의 열반에 이르러 정법(正法)을 들었다. 이미 정법을 듣고 아라한(阿羅漢) 과위를 얻었으며, 이미 아라한 과위를 얻고 나서는 다시 열반에 든 것이다.
내가 득도(得道)하고서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를 제도한 것부터 최후 열반할 때 수발타라를 제도함으로써 나의 일을 끝냈으니, 다시 베풀 것은 없다. 설사 내가 오래 머문다 해도 지금과 다를 것은 없다.”
이때 세존께서 말씀을 하시고 나서 곧 숨을 길게 내쉬시며 감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수발타라가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였다. 그대들 대중은 당연히 그의 시신으로 탑을 세우고 공양을 대접해야 할 것이다.”
이때 대중들은 개탄하고 슬퍼하며 아픔이 맺혔으나 눈물을 거두며 억제하고, 곧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향나무와 소유(蘇油)로써 그의 시신을 다비(茶毘)하였다.
수발타라는 시신이 태워지자 그때 곧 불 가운데서 큰 광명을 내고,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냈다. 몸의 윗부분에서는 물이 나오고 몸의 아랫부분에서는 불이 나왔으며, 오른 옆구리에서는 불이 나오고 왼 옆구리에서는 물이 나왔다. 작아졌다가 다시 큰 것을 나타내며, 커졌다가 다시 작은 것을 나타내어 허공을 가득 채웠다.
이때 무수히 많은 대중과 모든 외도의 삿된 견해를 지닌 중생들이 보리(菩提)의 마음을 내어 바른 소견에 들게 되었다. 수발타라는 신통 변화를 보인 후에 다시 불 속으로 돌아와 다비를 끝마쳤다. 이때 대중은 슬픈 감회로 애도하는 속에서 사리(舍利)를 수습하여 탑을 세우고 공양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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